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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며드는 것 안도현

category 책/좋은 글 2018. 11. 22. 18:4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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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며드는 것

안도현


꽃게가 간장 속에
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

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
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
꿈틀거리다가 더 낮게
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

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
어찌할 수 없어서
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
한 때의 어스름을
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

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
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

 "저녁이야"
"불 끄고 잘 시간이야"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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