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으로 바로가기

[시] 이노행- 정약용

category 책/좋은 글 2021. 1. 18. 21:11
반응형

이노행

-정약용-

 

南山村翁養奴, 남산골 한 늙은이 고양이를 길렀는데,
歲久妖兇學老狐 해묵고 꾀들어 여우처럼 요망해졌네.

夜夜草堂盜宿肉 밤마다 초당에서 고기 훔쳐다 먹고
廉氏覆雨連傷壺 작은 단지 큰 단지 술 항아리까지 뒤엎네.

乘時陰黑묻交會 어둠 타고 교활한 짓 제멋대로 다 하다가
推戶大喝影無 문 열고 소리치면 형체 없이 사라지네.

呼燈照見樣跡 등불 켜고 비춰 보면 더러운 흔적 널려 있고
汁淫狼藉齒入膚 이빨 자국 나 있는 찌꺼기만 낭자해라.

老夫失睡筋力短 늙은이는 잠도 달아나 근력은 줄어들고
百慮皎皎徒長 온갖 궁리 해 보지만 긴 한숨만 나온다네..

念此理奴罪惡極 고양이 죄 생각할수록 악독하기 짝이 없어
直欲舊劍行天誅, 칼자루 빼어 들고 천벌이라도 내리고파라.

皇天生汝本何用 하늘이 네놈 내실 제 무엇하러 생겼더냐
令汝捕鼠除民른 너더러 쥐 잡아서 백성 피해 없애라 했지.

田風穴田蓄擇濟 들쥐는 구멍 파서 어린 낟알 숨겨 두고
家鼠百物療不偷 집쥐는 온갖 물건 안 훔치는 것이 없어

民被風割日應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해 가고

焦血涸皮骨枯 기름 말라 피 말라 피골까지 말랐다..

是以遺汝爲鼠 이 때문에 너를 보내 쥐잡이 대장 삼고는
賜汝權力念傑 마음대로 찢어 죽일 권력까지 주었지.

賜汝一雙榮煌黃金眼 황금처럼 반짝이는 두 눈을 주어
漆夜撮蛋如泉 밤중에는 벼룩 잡는 올빼미처럼 밝았지.

賜汝鐵亦如秋隼 너에게 보라매처럼 쇠발톱 주고
賜汝鋸齒如於遠 범처럼 톱날 같은 이빨까지 주었었지.

賜汝飛際博擊號勇氣 날면서 치고받는 용기까지 네게 주어
鼠一見之凌兢俯伏恭獻區 쥐들은 너를 보면 벌벌 떨고 몸 바쳤지.

日殺百鼠禁止 날마다 백 마리씩 잡는다고 누가 말리랴.
但得觀者蹟蹟稱汝毛骨殊 보는 사람마다 네 모습 뛰어나다고 칭찬해 주고,

所以八之祭崇報汝 너의 공로 보답하는 팔사제(八祭)에도
黃冠酌酒用大孤 누른 갓 쓰고 큰 술잔 따라 바치느니라.

汝今一風不會 너 요즘은 한 마리 쥐도 안 잡고
顧乃自犯爲穿 도리어 네놈이 도둑질하는구나.

鼠本小益其害小 쥐는 본래 좀도둑이라 피해 적지만 
汝今力雄勢高心計통 너는 힘이 센 데다가 맘씨까지 거칠어라.

- 정약용의 '이노행

 

반응형